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약 1시간 가량 이시콜(Issikul lake, Ысык көл) 방향으로 달리면 토크목(쌔TokMok)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이 지역에는 키르기즈스탄 정부와 유네스코(UNESCO)가 문화재로 관리하는 두 곳의 유적지가 있다. 하나는 <악베심>이고, 다른 하나는 <부라나>다. 악베심은 기원 후 5세기경 고대 실크로드를 오가던 페르시아계 상인인 소그인들이 세운 상업도시이며, 실크로드를 이야기 할 때 고대로부터 전설로만 전해져 오던 “전설의 바자르”(=시장)가 악베심이다. 종교사적으로는 이 지역이 기독교 외에 불교, 마니교, 조로아스터교 등 각종 종교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진 ‘종교 실크로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악베심 지역은 20세기 초 러시아 고고학자들이 먼저 발견했다. 이 때 유럽과 아시아 고고학계는 크게 흥분했다. 이 지역이 동서양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한 복판인데다 대규모 공동체 밀집지역이어서 실크로드 주민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많은 단초를 열어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기대는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유물분석이 시작되면서 갖가지 추측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곳 주민들이 관심을 가진 분야는 물자교역 뿐만 아니었다. 철공, 옹기, 유리공장 같은 제조업으로도 도시발전의 기틀을 닦아 나갔다. 소그드인들은 주로 경제부문을, 투르크인들은 군사 사안이나 경계를 담당했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악베쉼에 네스토리안 크리스찬 선조들의 발자취가 흠씬 묻어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악베심이라는 거대한 집단 공동체 안에 “크리스찬 센터”를 세웠다. 복음전파에 열심을 다한 것이다.
한 손에 복음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를 가르쳤다. 농업기술, 교역에서부터 , 사전편찬, 수공예 기술까지 당시로서는 첨단의 기술을 주민과 오가는 상인을 대상으로 가르쳤다. 현대적 개념으로는 ‘미션으로서의 비즈니스(Business As Mission)’를 퍼뜨린 셈이다. 복음은 실크로드를 타고 구체적으로 전파되었을 것이다.
복음전파의 열정을 지닌 다른 네스토리안들은 기독교학교를 세워 전도사들을 양성해나갔다. 이같은 네스토리안 크리스찬의 활약상은 8세기경의 교회유물과 십자가 묘비들이 대량으로 발견됨으로써 알려지기 시작했다. 7세기경의 네스토리안 교회와 무덤이 러시아 고고학팀들에 의해 발굴되었다. 발굴 유물들은 대부분 구소련 시절 모스크바와 뻬쩨르부르그(Petersberg)로 옮겼으니 일부 십자가 묘비석은 비쉬켁 시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소그드어와 위구르 언어로된 프레스코, 10세기경의 네스토리안 센터 터도 함께 발굴되면서 당시 기독교가 이 지역의 지배적인 종교였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기 시작했다. 불교사원 터와 불상들도 발견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수얍성(악베심을 말함) 밖에 교회 터가 새롭게 발굴되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문화재 구역과 마찬가지로 문화재 보존 방식이 낙후되고 문화재 보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방문객들의 한숨을 자아낸다. 중국 문헌에 악베심은 ‘쇄엽’( *주 강가의 도시란 뜻, 이태백의 고향 쇄엽(碎葉)은 페르시아어 Suy-ab )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세계사적 인물로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백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주변명소】 부라나타워, 키르기즈 전통음식점 “자리나”
【체크포인트】7세기 실크로드 전설의 바자르, 교회와 센터를 통한 복음의 전진기지, 크리스찬 센터, 7세기 네스토리안 교회 및 무덤 발굴 소그드어와 위구르 언어로된 프레스코 발굴, 10세기 네스토리안 센터 발굴, 성 밖 교회터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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